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​꽤나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. 아니, 이른 시각이었다고 착각한 것뿐이었다. 날씨가 우중충했는지,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주위는 매우 어두웠다. 비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. 꽤 오래전부터 내렸는지 눈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. 올해 첫눈이었기에 다자이를 깨우려는 순간, 그가 자고 있음을 깨달은 나는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그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었다. 그 잠깐의 움직임에 잠이 깼는지, 다자이는 눈을 감은 채로 벌써 깼냐고 물었다.

"....다자이, 9시야."

"....쿠니키다 군한테 또 깨지겠군...."

"그보다 다자이, 눈 내려. 올해 첫눈이야."

그 말을 들은 다자이는 흥미롭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 나와 함께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을 구경했다. 분명 어제까지는 세상이 알록달록했었는데,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. 내 기억상 몇 년 전까지도 눈이 이렇게까지 많이 온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.

"눈 때문에 완전 지각하겠는데?..."

"뭐, 폭설 때문에 못 간다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ㅡ!"

"잔머리 하나ㄴ...꺅!...."

"그러니까 오늘만큼은 마음 놓고 자면 되겠네."

나를 침대에 눕히고 꼭 안은 채로 잠에 든 다자이였다. 뭐, 쿠니키다 상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만큼은 다자이를 따라야 할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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